임택 광주 동구청장
[특별기고]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벌써 8개월째가 돼간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기부금을 받기 위한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으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중앙정부 중심의 예산구조에서 벗어나 지자체 노력에 의해 자체 예산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기회여서 자치분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떠나온 고향을 포함해 내가 살고 있지 않은 지자체 어디든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 공제가 돼 내는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여기에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가 감사의 뜻으로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까지 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광주 동구도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비롯해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 등의 지정 기부 사업을 발표하고 기부금 유치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1935년 개관한 단관극장이자 유일한 향토극장인 광주극장의 향후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는 광주극장의 역사성을 인문적 가치로 승화시켜 국내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부금 사업이다. 전국 최초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인 E.T 야구단 지원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포용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지정 사업으로 정했다. 나머지 하나는 어린이들의 재능과 꿈 성장을 지원하는 ‘어린이 재능발견 꿈키움 프로젝트’로 재능있는 미래 세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백년대계의 일환이다.
동구는 예향의 도시답게 지역작가의 예술품이나 동구만의 매력을 담은 체험 답례품, 사회적 가치를 담은 사회적기업 제품 등 기부자들에게 제공할 답례품 선정에도 많은 고심을 기울였다.
필자는 기초 지자체장으로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과정에서 느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정책 제언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기존의 ‘고향사랑e음’으로 단일화돼 있는 모금 창구를 민간플랫폼과 병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동구를 예로 들면 고향사랑e음을 통한 올해 1월 기부금은 45건, 850여만원에 그쳤다. 반면에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한 달간 시행한 결과 156건, 2800여만원으로 3.4배가량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인터넷 기반의 크라우드펀딩 특성상 고향사랑e음에 국한할 때보다 민간플랫폼을 활용할 때 접근성이 높아지고 지정 기부를 통한 유도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는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높이고 한도액의 제한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보다 고향사랑납세제를 먼저 시행한 일본의 경우 부양가족이 없는 3000만원 소득자 기준 28만원, 5000만 원 소득자 기준 61만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세액공제의 폭이 크다. 일본의 고향사랑납세제는 2021년 통계로 한 건당 평균 약 18만원, 1인당 평균 112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도액 역시 상한선을 두지 않아 많이 낼수록 소득세 및 개인 주민세를 전액 공제받을 수 있어 고액 기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는 홍보 방법, 모금 방법 역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지정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전화나 서신, 전송매체로 홍보를 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모금 방법 또한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고향사랑 기부를 촉진하고 기부금을 통한 지정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홍보 방법의 제한을 풀고 모금 역시 민간플랫폼 또는 공공청사를 활용한 다양한 모금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기부자가 기부금 사업의 의미를 따져보고 좋은 곳에 돈을 냈다는 보람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많은 지자체들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행정 편의적인 기부시스템을 기부자 친화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앞으로 시민들과 NGO 등 사회구성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활발해져 고향사랑기부제의 미비점이 보완되고 제도가 더 나은 쪽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광남일보(http://gwangnam.co.kr/article.php?aid=1692520683455315129)
임택 광주 동구청장
[특별기고]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벌써 8개월째가 돼간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기부금을 받기 위한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으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중앙정부 중심의 예산구조에서 벗어나 지자체 노력에 의해 자체 예산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기회여서 자치분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떠나온 고향을 포함해 내가 살고 있지 않은 지자체 어디든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 공제가 돼 내는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여기에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가 감사의 뜻으로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까지 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광주 동구도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를 비롯해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 등의 지정 기부 사업을 발표하고 기부금 유치를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1935년 개관한 단관극장이자 유일한 향토극장인 광주극장의 향후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는 광주극장의 역사성을 인문적 가치로 승화시켜 국내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기부금 사업이다. 전국 최초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인 E.T 야구단 지원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포용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지정 사업으로 정했다. 나머지 하나는 어린이들의 재능과 꿈 성장을 지원하는 ‘어린이 재능발견 꿈키움 프로젝트’로 재능있는 미래 세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백년대계의 일환이다.
동구는 예향의 도시답게 지역작가의 예술품이나 동구만의 매력을 담은 체험 답례품, 사회적 가치를 담은 사회적기업 제품 등 기부자들에게 제공할 답례품 선정에도 많은 고심을 기울였다.
필자는 기초 지자체장으로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과정에서 느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정책 제언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기존의 ‘고향사랑e음’으로 단일화돼 있는 모금 창구를 민간플랫폼과 병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동구를 예로 들면 고향사랑e음을 통한 올해 1월 기부금은 45건, 850여만원에 그쳤다. 반면에 민간플랫폼을 통한 모금을 한 달간 시행한 결과 156건, 2800여만원으로 3.4배가량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인터넷 기반의 크라우드펀딩 특성상 고향사랑e음에 국한할 때보다 민간플랫폼을 활용할 때 접근성이 높아지고 지정 기부를 통한 유도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는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높이고 한도액의 제한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보다 고향사랑납세제를 먼저 시행한 일본의 경우 부양가족이 없는 3000만원 소득자 기준 28만원, 5000만 원 소득자 기준 61만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어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세액공제의 폭이 크다. 일본의 고향사랑납세제는 2021년 통계로 한 건당 평균 약 18만원, 1인당 평균 112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도액 역시 상한선을 두지 않아 많이 낼수록 소득세 및 개인 주민세를 전액 공제받을 수 있어 고액 기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는 홍보 방법, 모금 방법 역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지정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전화나 서신, 전송매체로 홍보를 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모금 방법 또한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고향사랑 기부를 촉진하고 기부금을 통한 지정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홍보 방법의 제한을 풀고 모금 역시 민간플랫폼 또는 공공청사를 활용한 다양한 모금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기부자가 기부금 사업의 의미를 따져보고 좋은 곳에 돈을 냈다는 보람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많은 지자체들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행정 편의적인 기부시스템을 기부자 친화적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앞으로 시민들과 NGO 등 사회구성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논의의 장이 활발해져 고향사랑기부제의 미비점이 보완되고 제도가 더 나은 쪽으로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광남일보(http://gwangnam.co.kr/article.php?aid=1692520683455315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