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칼럼] 고향사랑기부제와 지역언론, 동행의 조건

관리자
2023-08-23
조회수 629

전제 조건은 자율성 보장과 민간플랫폼 활성화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고향사랑기부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고향사랑기부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고향사랑기부제와 지역 언론이 ‘동행’하는 한국형 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은 상상에 불과한 ‘고향사랑기부제+지역 언론’ 결합모델은 상호보완적 발전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올해 첫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정안전부 등 중앙정부의 통제와 무관심 속에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개선 방향은 이미 제시되고 있다. 핵심은 중앙정부가 통제 권한을 내려놓고 민간과 자치단체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자치 선진국인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를 벤치마킹한 모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한국의 어떤 자동차 회사는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산 엔진을 수입해 국내에서 나머지 부품과 조립하는 전략을 편 적이 있다. 일본산 엔진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고, 단기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일본 고향납세 외형만 수입?

그러나 현재 한국 고향사랑기부제의 모습은 정반대다. 일본 고향납세의 핵심은 자치분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치분권 없는 고향사랑기부제로 알맹이는 빠져 버렸다. 일본식 제도의 외형만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자치분권은 지역민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고 자발적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주의 작동 원리다. 중앙정부가 행정 플랫폼을 움켜쥐고 통제하는 구조 속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질식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자치단체 스스로 지역 문제를 의제화시켜 지정 기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지역 의제들이 일정한 플랫폼에서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광주 동구나 강원 양구의 사례처럼 의지가 있는 단체장과 헌신적인 공무원이 선도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의제 생산의 지속성과 확장엔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고향사랑기부제, 지역 언론에게도 ‘기회’

지역 언론은 지역 의제 생산과 공감대 확산 측면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지역 언론이 심층취재 등을 통해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지역민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언론에게도 ‘고향사랑기부제’는 생존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

포털이 뉴스 공급 시장을 독점하면서 지역 언론 소외는 더욱 심화됐다. 경영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 언론이 자치단체 광고에 의존하면서 자체 수익의 50% 이상을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언론이 의제를 발굴해 공론화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고, 지역 언론에 일부 수익모델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던지고 있다.

광주 동구가 시도 중인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와 같은 의제는 지역 언론이 얼마든지 발굴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주제다. 대전이나 대구, 부산, 인천 등 광역권은 물론 기초단체 권역에서도 지역의 의제를 전국 이슈로 확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전제조건은 민간플랫폼 활성화다. 40여 개 민간플랫폼이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처럼, 자치단체와 민간영역에 대한 자율성 보장 없이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언론 동행 모델은 일본 사례를 한국적으로 발전시킨 ‘한국형 모델’이 될 수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5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