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관광][제37회 월례포럼 후기] "주민과 상인, 지역자산화와 지속가능성"

관리자
2025-09-24
조회수 130

지난 9월 18일, ‘주민과 상인, 지역자산화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제37회 지속가능관광 월례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조경민 포도책방 대표(건맥1987협동조합 조합원)가 발제자로 참여해, 목포 원도심에서 출발한 ‘건맥축제’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주민 주도의 축제가 어떻게 지역의 자산이 되고 지속가능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를 생생히 소개했다.

 

 

전남 목포의 건어물 거리는 원도심으로서 1958년 건해산물협동조합이 설립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산업 변화와 인터넷과 교통망 확장 등의 영향으로 1990년대부터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고, 해가 지면 인적이 끊기는 거리로 전락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건맥축제’다. 조경민 대표는 “불이라도 켜자”는 주민들의 단순한 바람이 축제의 기획 배경이 되었다고 전했다. 행정의 사업도, 용역사의 제안도 아닌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출발한 이 축제는, 첫 회차부터 2천 명의 시민이 모이며 예상 밖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조대표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텅 비어있던 거리가, 밤이 되자 시끄럽게 붐비는 모습은 주민들에게도 놀라운 경험이 되었다고 전했다.

  


축제가 남긴 경험은 협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 빈 점포를 활용해 펍을 열자는 논의는 곧 “차라리 건물을 사자”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약 100명의 조합원이 50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을 출자해 협동조합을 설립, 시민자산화 방식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1층은 ‘건맥펍’, 2·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는 해당 건물은 한국 최초의 시민자산화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현재 ‘건맥1987협동조합’은 180여 명의 조합원이 운영하고 있으며, 목포 맥주 브랜드 개발, 청년 창업 지원 등으로 그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 건맥1897 협동조합 모습 (©건맥1897 협동조합 홈페이지)

 

축제는 매년 지속되었고, 프로그램은 모두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구성됐다. 맥주 빨리 마시기, 컵쌓기 등 참여형 콘텐츠는 물론, 행사 운영·사회까지 모두 주민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어떤 지원도 없이도 시작된 이 축제로 주민 주도의 기획력과 실행력이 쌓이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축제 누적 방문객이 6만 명을 넘었고, 직접적인 판매 수익만 약 7억 원에 달할 정도로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경민 대표는 “축제가 화려할 필요는 없고, 우리 동네의 문제를 하나라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맥축제의 첫 출발도 ‘밤거리가 너무 어둡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 건맥's 토야호 축제 모습 (©건맥1897 협동조합 홈페이지)

 

이번 포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지자체 공무원들과 컨설턴트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나눴다. 지자체 축제 담당자의 축제 준비 시 상인 간 갈등과 의견 충돌에 관한 질문에 조 대표는 “갈등은 욕망의 표현이자 좋은 신호”라며, “문제 해결형 축제를 지향하고, 지역 사람들이 동의하는 급한 문제를 하나씩부터 해결해나가는 방향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점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행정의 개입과 자율성 간의 긴장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그는 “지나친 간섭이 아닌 멋진 간섭이 필요하다”며, “행정은 주민 역량 강화를 목표로 2~3년의 협업 과정을 통해 주민이 주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주민들은 행정의 고충과 어려움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한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 건맥축제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역 창업과 마을기획의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청년 창업자들과의 협업, 상인연합회 구상, 목포 원도심 전체로의 확장을 고민 중이다. 또한 조 대표는 본인이 운영하는 ‘포도책방’ 은 외부인 100여 명이 점주이자 책방지기로 목포에 관계를 맺고 방문하며, 관계인구를 넘어 책임인구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1년에 한두 번만 오더라도 지역과 정서적 유대가 있다면, 그것이 곧 지역의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37회 월례포럼은 주민이 직접 시작하고, 직접 운영하며, 공동체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축제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자발성과 공동체성, 관계망을 중심으로 한 축제 모델은 단순히 축제의 성과를 넘어, 주민의 역량 강화와 지역 활력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는 앞으로도 월례포럼을 통해 국내외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관광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